믿을 곳은 ‘신흥국’...‘넥스트 차이나’ 인도에 뭉칫돈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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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증시 활황, 4조 3300억 달러 돌파
홍콩증시 추월...ETF·펀드 운용 규모 1조 넘어
개미 개인 투자자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 인도 증시의 시가총액이 5일(현지시간) 4조 달러를 돌파했다. 가파른 경제 성장세를 보이는 인도에 한국을 비롯한 세계 투자자가 몰려서다. 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쓰고 있는 인도 증시는 시총 기준 세계 4위에 진입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도 내셔널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의 시총은 올 들어 지난달 23일까지 종가 기준 4조 3300억 달러로 홍콩증권거래소 시총 4조 2900억 달러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인도 증시가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홍콩증시를 추월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주식 시장으로 올라선 건 처음이다. 인도 증시는 시총 4조 달러에 입성하는 등 최근 들어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반면 홍콩 증시는 항셍지수가 지난달 22일 1만4961.18로 장을 마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29일 최저점(1만 4956.95)에 근접할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입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홍콩 증시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급격히 이탈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외려 중국 경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비관적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에 반해 인도는 미중 간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이른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의 수혜자로 부각되며 투자매력 측면에서 중국의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중이다.

두 증시의 시총 역전은 중국과 인도 양국이 처한 경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홍콩의 경우 중국 정부의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 기업 대상 규제 강화, 부동산시장 위기, 미중 지정학적 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실제로 중국본토 증시와 홍콩 증시의 시가총액은 2021년 고점 대비 6조 달러 이상 증발했다.

특히 홍콩의 침체 양상이 중국본토보다 더 심하다. 블룸버그는 중국본토 증시와 홍콩증시에 동시 상장된 주식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홍콩에 상장된 주식이 36%나 낮다며 2009년 이후 격차가 가장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콩은 한때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세계에서 가장 기업공개(IPO)가 분주하게 이뤄지던 위상을 잃어버렸다”고 평가했다.

이는 인도 경제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인도의 3분기 경제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7.6%로 시장 추정치를 웃돌았다. S&P 글로벌가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가 2030년까지 세계 3위 경제 대국이 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생산기지였던 중국이 과도한 코로나19 방역 여파와 미국과의 갈등으로 부진한 사이 인도는 새로운 공급망 기지로 부상했다. 아시시 굽타 악시스뮤추얼펀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도는 소비 중심 경제에서 소비와 투자가 모두 견인하는 경제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인도 경제가 아시아에서 제일 유망하다는 의견을 냈다.

인도 내셔널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의 시총은 올 들어 23일까지 종가 기준 4조 3300억 달러로 홍콩증권거래소 시총 4조 2900억 달러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연합뉴스]

‘니프티50’ 추종…인도 ETF 1년간 22% ↑

이 같은 추세에 한국 투자자도 인도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한국 증시에 상장한 인도 상장지수펀드(ETF) 5개와 인도 공모펀드 22개에 올 들어 지난달 5일까지 총 4722억원이 순유입됐다. 인도에 투자하는 국내 상장 ETF와 펀드의 운용 규모(AUM)는 이달 5일 기준 1조5326억원이다. 운용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글로벌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 및 ETF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인도 관련 상품에 투자자가 몰린 것은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올 들어 국내 글로벌 투자 펀드 및 ETF에서는 1조157억원이 순유출됐다. 일본(-1145억원), 중국(-1137억원), 유럽(-1009억원), 북미(-568억원) 등 주요 국가 투자상품에서 자금이 빠져나갔다.

국내 투자자는 올해 ETF인 ‘KODEX 인도Nifty50’에 1028억원, ‘TIGER 인도니프티50’에 908억원을 사들였다. ‘미래에셋인도중소형포커스’ 펀드에 올해 617억원이 순유입됐다. 공모펀드를 잘 찾지 않는 최근 상황에서 나타난 이례적인 자금 유입이었다는 평가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 문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증권사도 인도 관련 리서치에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고 보고서 발행을 대폭 늘리고 있다”며 “다만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이 인도 시장에 직접 투자할 방법은 없다. 복잡한 등록 절차와 최소 투자 금액 규정 등 인도의 각종 외국인 투자 규제 탓에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현지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사고팔 방법은 전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