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치마 김일란 감독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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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6일은 세월호 참사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시사IN〉이 그날까지 ‘세월호 사람들’ 100명을 만납니다.
연분홍치마 김일란 감독. ©시사IN 신선영


인권운동단체이자, 다큐멘터리 제작 집단인 ‘연분홍치마’ 김일란 감독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영화 5편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유가족들의 10년을 되짚는 장편영화 〈바람의 세월〉, 극영화 〈목화솜 피는 날〉, 참사 보도와 유류품 그리고 희생자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룬 각각의 옴니버스 영화 〈타이밍〉 〈흔적〉 〈드라이브〉가 제작되고 있다.

“용산 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 후속작인 〈공동정범〉을 제작하고 있었어요.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도 기록 중이었죠. 세월호 참사까지 기록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다른 활동가들도 그랬을 거예요. 현장에서 돌아오면 마음이 힘들다는 게 느껴졌죠. 초창기 세월호 참사 미디어팀의 일원으로 영상을 만들었고 이후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1기 위원장을 맡았어요.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가 참사 피해자들을 갈라치기하고, 배상·보상 문제를 부각하는 걸 보면서 용산 참사와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국가가 아닌 개인에게 원망과 책임을 묻는 식으로 작동했죠. 누구를 향한 분노인지, 내 옆 사람인지, 국가인지 헛갈리는 감정들이 뒤섞이면서요. 세월호를 기록하며 그 고민이 영화에 반영됐어요. 〈공동정범〉에서 유가족뿐만 아니라 연대 온 사람들까지 다루게 되었죠.

누구를 잃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에요. 그런데 유가족들의 고통은 꼭 고문을 당하는 것 같았어요. 고통스러운 사람이 고문을 당하면 저런 얼굴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죠. 누군가를 잃은 것에 대한 상상적 공포가 저에게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을 일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데 너무 많이 보고 사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요.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은 충분히 잘 싸웠어요. 다만, 어마어마한 참사가 벌어졌는데 대통령 탄핵 사유에 그 책임이 없다고 역사가 정리해버렸어요. 참사 이후 지금까지도 정치적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한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