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특별법은 반헌법적? 정부 주장 따져보니

입력
1월30일 정부는 이태원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를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결정하며 그 이유를 밝혔다. 윤복남 민변 이태원참사 대응TF 단장을 만나 정부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따져봤다.
1월30일 정부는 이태원참사 특별법 재의요구권 행사를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시사IN 이명익


공은 다시 국회로 돌아갔다. 1월30일, 윤석열 대통령이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이태원참사 특별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로 돌아온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재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한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설 연휴가 지나고 총선 전 마지막이 될 2월29일 본회의에서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특검)과 함께 재표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법안 통과 전망은 어둡다.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반대 입장이 강경하다.

과거를 복기해보자. 1월9일 여야는 본회의 직전까지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담긴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구성 여부와 권한을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 본회의에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태원참사 특별법 원안이 아니라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수정안이 상정됐다. 박주민 의원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안한 중재안을 기본으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국민의힘 측 고민과 노력도 반영한 수정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합의는 결렬됐지만, 여당이 제안한 일부 내용들을 수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태원참사 특별법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퇴장했다. 이태원참사 특별법은 참사 발생 1년3개월 만에 야당의 찬성만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유가족이 참관석에서 지켜본 본회의였다.

다음 날인 1월10일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최장 1년6개월간 운동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운동권 일자리 특별법’”이라고 명명했다. 같은 날 한동훈 국민비상대책위원장은 “조사위의 권한 자체가 압수수색, 출국금지, 동행명령까지 할 수 있게 돼 있다.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라며 “사실상 검찰 수준”의 권한이라고도 말했다. 1월18일 여당은 윤 대통령에게 이태원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같은 날, 유가족들은 국민의힘이 내린 결정을 규탄하며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삭발을 했다.

1월30일 한덕수 총리 주재 아래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이태원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를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결정하며 그 이유를 크게 네 가지로 설명했다. △특조위 구성과 운영에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음 △특조위가 영장 없이 동행명령을 하고, 압수·수색영장 청구 의뢰를 할 수 있는 등 강력한 권한을 휘둘러 영장주의 등 헌법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음 △검경 수사, 국정조사 등을 통해 진상규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음 △특조위의 편파적 조사로 국가 예산 낭비 및 일선 재난관리 시스템 운영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음 등이다.

이 같은 정부의 주장은 과연 타당할까. 윤복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10·29이태원참사 대응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만나 정부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따져봤다.

윤복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10·29 이태원 참사 대응 TF 단장이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이태원참사 특별법 원안(남인순 의원 대표발의)과 실제 본회의를 통과한 수정안(박주민 의원 대표발의)의 차이가 무엇인가?

원안에서 두 차례 수정이 있었다. 먼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안건조정소위에서 대폭 수정했다. 특조위 조사위원 수를 17인에서 11인으로 줄이고, 추천위원회를 없애는 대신 여야가 각각 추천하는 것으로 그 구성 방식을 변경했으며, 피해자 범위도 희생자의 배우자·직계존비속·형제자매 등으로 축소했다. 자료 제출 거부 시 형사처벌을 받게 했던 부분도 과태료 수준으로 낮췄다. 이런 안건조정위원회 통과안에 대해서도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자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냈다. 법 시행 시기를 총선 뒤로 늦추고, 특조위가 국회에 특별검사(특검)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도 삭제하는 내용이었다. 야당은 이를 받아들여 수정안을 상정했다.

가장 양보하기 어려웠던 조항은?

특조위 조사위원을 구성할 때 유가족 추천권을 포기한 것, 그리고 특조위가 국회에 특검 임명을 요청하는 권한을 포기한 것이다. 유가족들이 비상총회를 열면서 갑론을박했을 만큼 포기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세월호특별법,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 등에서는 이미 조사위의 권한에 포함했던 내용들이어서 이전 참사 유가족들이 얻어낸 권리를 우리가 후퇴시키는 것 아니냐는 부담이 대단히 컸다. 하지만 이걸 수용하지 않고는 도저히 여당과 합의 지점을 찾을 수 없어서 양보를 선택했다.

본회의를 통과한 수정안은 행안위 통과안과 달리 다음 내용이 바뀌었다. ①특조위 위원 구성 시 유가족 추천권 삭제 ②특별검사 임명을 위한 국회 의결 요청 조항 삭제 ③특별법 시행일을 ‘공포 후 3개월이 지난 날’에서 총선이 열리는 4월10일로 조정 ④특조위 활동 연장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 ⑤특조위의 영장청구 의뢰 요건을 ‘정당한 이유 없이’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2회 이상 거부할 때’로 강화 ⑥특조위 활동 기간 동안에는 이태원 참사 관련 범죄행위의 공소시효를 정지하도록 한 조항 삭제 등이다.

먼저 ‘특조위 구성과 운영에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음’이라는 정부·여당의 주장부터 살펴보자. 법안에서 유가족들의 특조위원 추천권을 삭제했음에도 조사위 구성이 공정하지 않다고 한다.

여당에서 조사위원 구성이 중립적이지 않다고 거듭 주장해서 유가족 추천권을 포기하고 국회의장 추천권을 늘렸음에도 반대가 계속됐다. 여당이 처음 제안한 것은 국회의장 추천권을 없애고 대통령 추천권으로 바꾸자는 것이었다. 말도 안 된다고 거절하자 이번에는 국회의장 추천 대신 여야 합의로 추천하게 하자고 했다. 여야 간 법안 합의도 이렇게 어려운데 조사위원까지 합의해 정한다면 특조위가 출범하는 데 기약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부분이 여야 간 가장 첨예한 갈등 요소였다. 국회의장은 국회를 대표하는 입법부 수장이다. 국회의장 추천 몫이 편파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결국 자신들에게 유리한 인물이 더 많이 들어가야 공정하다는 것 아닌가. 특조위의 독립성을 상실하게 하는 일이다. 참고로 세월호 특조위는 조사위원 17인 중 3인에 대한 추천권을 유가족이 가졌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총 8인 중 조사위원 3인에 대한 추천권을 유가족이 가졌다.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이튿날인 2월1일 정희용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시사IN〉과의 통화에서 합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민주당이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조사위 구성에서 국회의장 몫(3명)이 포함되면 ‘여당 4, 야당 7(야당 4+국회의장 3)’이 된다며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만약 이번 21대 국회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통과하지 못하고 22대 국회로 넘어갈 경우, 그때는 국회의장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다. 국회의장은 다수당에서 나온다. 선거 결과에 따라 현재 민주당 출신인 국회의장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바뀔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국회의장 추천 몫이 있는 것을 반대할 것인지 묻자 정 원내대변인은 “어느 당 출신이 되건 국회의장이 세 사람 추천 몫을 가지고 있으면 7대 4라는 비율이 유지되는 것이니 편파적인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국회의장 몫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1월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안 재의 요구 및 피해지원 종합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주최한 민생토론회가 노트북 화면으로 나오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정부와 여당은 ‘특조위가 영장 없이 동행명령을 하고, 압수·수색영장 청구 의뢰를 할 수 있는 등 강력한 권한을 휘둘러 영장주의 등 헌법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음’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사 출신인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압수수색 ‘의뢰’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불응 시 과태료를 무는 정도의 동행명령이 어떤 수준인지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도 ‘유례없는, 검찰 수준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알던 법적 지식을 다 버리고 정치가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동행명령은 체포영장이 아니다. 조사 대상자가 조사에 계속 응하지 않으면 ‘나오십시오’라고 적어서 보낸다. 그게 동행명령장이다. 이걸 보냈는데도 별다른 이유 없이 2회 이상 불응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거다. 어느 지점에서 영장주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건가? 게다가 세월호 특조위, 세월호 선체조사위, 사회적참사진상규명위,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위, 의문사진상규명위, 진실화해위(3회), 군의문사위(3회), 군사망사고위(3회) 모두 이런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동행명령권을 발부할 수 있는 출석 거부 횟수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가 되는 건가?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말 그대로 ‘의뢰’할 권한이다. 헌법에 명시된 것처럼 영장청구권은 검사에게 독점적으로 부여된 권한이다. 특조위의 의뢰를 받은 검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거나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면 영장은 집행되지 않는다. 이런 조항이 있는 이유는 특조위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조사를 하자고 해도 상대가 불응할 경우 대응할 방법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사회적참사특조위와 5·18진상규명위 등도 갖고 있던 권한이다.

과거 다른 사건 조사위 관계자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사회적 참사의 성격에 따라 조사위의 권한 범위를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과거 조사위가 가졌던 권한이라고 해서 이후 조사위가 매번 똑같은 수준의 권한을 부여받아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권한도 주어지지 않을 경우 조사위 활동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그런데도 조사를 거부하면 과태료를 내게 하는 수준은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에 가깝다. 이마저 없으면 조사에 불응하는 조사 대상자에게 할 수 있는 말도 없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나?”

김상훈 전 세월호특조위 조사관은 ‘과잉 권한’이라는 정부 주장을 이렇게 일축했다. “조사위에 많은 권한들을 준다 해도 구조적으로 그 힘을 남발할 수 없다. 여야에서 추천받은 조사위원들이 의결 과정을 거쳐야 하고 내부 정보가 새나가서 집행이 어려워지는 경우도 많다. 영장 청구서를 쓰려다가도 ‘안 될 거야’ 하고 포기한 경우가 숱하게 많았다.”

정부는 ‘검경 수사, 국정조사 등을 통해 진상규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음’이라고 반박한다. 이미 경찰 특수본 조사와 국정조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 등을 거쳐 23명이 기소되고 6명이 구속됐다는 것이다.

정부의 말을 듣다 보면 형사처벌만 끝나면 진상규명도 끝나는 것처럼 들린다. 수사로 조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식이다. 둘은 다르다. 독립적인 조사기구에서 사회적 참사를 조사하겠다는 건 재난의 구조적 원인을 종합적으로 파악한다는 의미다. 당시 인파 밀집을 예견하고서도 안전관리 인력 배치에 소홀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왜 구조 활동이 지지부진하여 다수 사망으로 이어졌는지 등에 대해 제대로 된 답을 얻지 못했다. 유족들은 자신의 자녀가 어떤 응급처치를 받았는지, 마지막 순간에 어떻게 죽음을 맞았는지 모르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특조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발이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처벌이 안 될 수도 있다. 형사처벌은 특조위가 결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조위 조사는 시민들과 유가족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함께 노력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남을 것이다. 그래야 피해자들이 다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

국무회의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거부권 건의를 결정했다는 소식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정부서울청사 정문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항의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1월30일 오전, 대통령 거부권 건의를 검토하는 국무회의가 열리던 정부서울청사 앞에 유가족들이 모였다. 마지막 희망을 품고 모인 유가족들이 ‘이어말하기’를 시작했다. 고 진세은씨 아버지 진정호씨는 “특수본 결과가 나왔을 때 궁금한 걸 묻고 싶다고 해도 (정부 관계자와) 만난 적도 없고, 설명도 들어본 적이 없다. (특수본 수사 결과에 의하면) 군중유체화현상이라는 건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둥둥 떠다니다가 넘어져서 죽었다는 거다. 우리가 궁금한 건, 아이들이 왜 애초에 ‘둥둥 떠다니다 넘어졌냐’는 거다. 그걸 밝혀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건의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가족들은 정부청사 정문 창살에 매달려 “우리를 죽여라”라며 오열했다. 그 시각,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지 않고 판교를 방문해 게임 콘텐츠, 디지털 행정 서비스 등을 논의하는 민생토론회 자리에 참석했다.

정부는 ‘특조위의 편파적 조사로 국가 예산 낭비 및 일선 재난관리 시스템 운영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음’이라고 밝혔다. 특조위의 편파적인 조사에 2년간 인건비만 96억원이 든다는데.

96억원은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원안’을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다. 원안에서는 조사위원이 17명이었지만 수정안에서는 그 수가 11명으로 준다. 또 96억원은 조사 기간을 2년으로 산정해서 예상한 수치인데, 수정안에 따르면 최장 조사 기간이 1년3개월에 불과하다.

1월30일 오후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 앞에서 유가족들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 결정을 규탄했다. ©시사IN 박미소


이태원참사 특별법은 지난해 4월 야 4당 국회의원 183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하고 국민 5만명이 국민동의 청원에 동참해 발의됐다. 이 특별법은 ‘피해자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고 진상조사 과정 등 정부 행정에 참여할 권리, 차별받지 않고 혐오로부터 보호받으며 필요한 조력을 받을 권리, 기억·추모·애도를 받거나 할 권리 등이다. 윤복남 단장은 “진상 조사를 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은 정부가 시혜적인 조치로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부여되는 당연한 권리임을 명시했다”라고 말했다.

국회로 넘어온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재표결의 벽을 넘지 못하고 폐기될 경우, 법안을 발의하는 것부터 모든 과정이 다시 시작된다. 윤복남 단장은 시민들에게 새로운 결의를 당부했다. “이제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다. 앞으로 이어질 장거리 마라톤에 시민들이 함께 달려주길 바란다.”

유가족들은 재표결 전까지 국민의힘 의원들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1월31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을 다음 번 22대 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