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도 문 닫나…정부對의사 '격돌' 초읽기

입력
'의대 증원 반대' 의협, 15일 궐기대회…응급실도 가세
대통령실 "돌이킬 수 없어…단체행동 명분 없다" 경고


의사단체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준비하는 가운데 2월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학대학 입학 정원 확대'를 둔 정부와 의사 단체간 갈등이 점차 심화되는 양상이다. 의사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해 집단행동을 준비하는 가운데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의 만류에도 일부 응급실 의사들까지 집단행동을 예고하면서 사상 초유의 '의료 공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 산하 16개 시도 의사회는 오는 15일 전국 각지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참여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지난 5일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1만여 명의 전공의 중 88.2%가 의대 정원 증원 시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의료계 최후의 보루인 응급실도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도 비대위를 꾸리고 집단행동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전날 "더 이상 의사들을 범죄자 소탕하듯이 강력하고 단호하게 처벌하려 하지 말라"며 "국민 건강과 보건의료 전문가로 인정하고 대화와 협력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의사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2020년과 같은 의료대란은 없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4년 전에도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했으나 의사들 반발에 무산된 바 있다.

우선 정부는 '법'을 앞세워 의사의 단체행동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삼는 집단행동은 불법이라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실제 의료법 59조에 따르면,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 휴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면 복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위기단계를 최고 단계(심각) 바로 아랫단계인 경계로 상향하고 의협 집행부에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를 명령했다. 또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 움직임을 보이자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대통령실도 의사들이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자제를 요청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대 정원에 관해서는 오래전부터 논의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의사들의 단체 행동에 대해 명분이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책 실행의 타이밍을 여러 가지 이유로 번번이 놓쳤다"며 "지금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응급실 뺑뺑이라든지 소아과 오픈런 등은 누구나 아이 가진 사람으로서는 경험하는 당면한 문제"라며 "또 얼마 전에 우리나라 최대 대학병원에서 간호사가 뇌수술을 받지 못해서 전원된 병원에서 결국 사망했다"고 사례를 들어 의사 인력 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일 2025학년도 입시에서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고, 2035년까지 1만 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공개된 KBS와의 특별 대담에서 의대 증원 결정에 대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윤 대통령은 정책 재검토 가능성에 선을 그으며 "환자와 환자 가족, 의료진 입장에서도 다 같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