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이 ‘유기견’ 되는 명절…“고속도로 휴게소에도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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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비우는 기간 긴 명절에 동물유기 늘어
지자체, 연휴 동안 반려견 돌봄쉼터 운영도
유기동물 줄이려면 동물등록제 정착, 인식 개선 필요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그만큼 사람들로부터 버려지는 동물들도 많아졌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22년 유실‧유기동물은 약 11만3400마리에 달했다. 2019년 13만5800마리, 2020년 13만400마리, 2021년 11만8300마리로 감소세를 보이지만 여전히 많은 수치다.

특히 연휴가 긴 명절은 평소보다 많은 ‘반려’동물들이 ‘유기’동물이 되는 기간이다. 실제로 유기동물 발생건수의 평균 30%는 설이나 추석 명절(1~2월, 9~10월), 20%는 여름 휴가철(7~8월)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다 모이는 명절에 버려지는 또 다른 ‘가족’=명절에 평소보다 더 많은 유기동물이 생기는 이유는 집을 비우는 기간이 길어져서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장거리 이동이 어렵기도 하고 돌봄을 맡길 곳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친구·지인에게 맡기거나 반려동물호텔, 위탁시설 등을 이용할 수도 있으나, 동물에 대한 생명존중 인식이 없는 이들은 동물을 버리는 방법을 택한다.

비슷한 이유로 여행을 많이 가는 여름 휴가철에도 동물을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에 살며 반려견을 키우는 김모씨(29)는 “지난해 추석 연휴에 귀성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버려진 강아지를 봤다”며 “다른 사람들이 동물보호센터 구조팀에 연락했는데 강아지가 보호소로 보내졌다 해도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운 목격담을 전했다.

이처럼 동물을 유기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에 해당한다. 동물보호법에는 ‘소유자가 동물을 유기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어기고 유기하면 최대 300만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펫시터가 명절 연휴 동안 맡겨진 반려견들을 돌보고 있다. 서초구 서초동물사랑센터


◆명절 동물유기 줄이려 지자체도 나서=명절 연휴에 유기동물이 늘어나자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급기야 반려동물을 직접 맡아주겠다고 나섰다.

서울시 지자체 중에서는 노원구·서초구가 명절 연휴마다 반려견 돌봄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부터 시작된 노원구 반려견 돌봄쉼터에는 호텔·놀이터가 있어 반려견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6개월령 이상이고, 동물 등록과 광견병 예방 접종을 완료한 8kg 이하 소형견들을 이곳에 위탁할 수 있다.

서초구도 ‘서초동물사랑센터’를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펫시터가 상주해 반려동물을 전문적으로 돌본다. 대상은 5개월령 이상이고, 동물 등록과 광견병 예방 접종을 완료한 10kg 이하 소형견이다.

지자체 반려견 돌봄시설의 이용 금액은 이용 기간과 상관 없이 5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반려동물호텔처럼 가격이 비싸면 이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명절에 집을 오래 비워야 할 때는 반려동물호텔을 이용하거나 펫시터를 집으로 불러서라도 돌봄을 이어가야 한다”며 “지자체에서도 직접 돌봄쉼터를 운영하거나 위탁시설과 연계하는 경우가 많으니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유기동물 줄일 진짜 해결책은?=비단 명절에 반려동물 유기를 막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여전히 매년 10만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차가운 길바닥에 버려진다. 명절 연휴가 아니라 언제든 키우던 동물을 버리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체 유기동물 발생건수가 감소세로 접어든 데엔 동물등록제와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동물등록제는 2014년부터 의무적으로 시행됐다. 반려동물의 보호와 유실·유기 방지를 위해 2개월령 이상의 반려견은 가까운 시·군·구청에 동물 등록을 해야 한다. 현재는 내장형 마이크로칩 또는 목걸이 등 외장형 무선식별장치 방식 중 선택해 등록할 수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무이기 때문에 등록하지 않을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2022년 기준 의무등록 대상 반려견 가운데 등록한 비율은 53.4%에 불과해 제도의 정착이 절실한 상황이다.

조 대표는 “반려동물 돌봄 관련 정보를 널리 알려 활용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라며 “반려동물을 절대 유기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사회 전체에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의 동물등록제 방식에서 더 나아가 반려동물의 생체정보를 기반으로 한 등록 제도가 도입·확대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동물을 유기한 사람을 추적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